몬테크리스토 백작의 탄생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로버트 요한슨 연출가, 잭 머피 작사가,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가가 합심하여 제작한 공연입니다. 2009년 스위스의 성 갈렌에서 최초로 공연된 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2011년, 2013년, 2016년, 2020년에 거쳐 총 5 시즌 공연되었습니다. 캐치 프레이즈 “정의는 갖는 자의 것, 사랑은 주는 자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뮤지컬은 사랑과 복수, 정의, 가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뮤지컬은 알렉상드르 뒤마가 저자인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보다는 소설을 각색한 영화 “몽테크리스토 백작”(2002)을 원작으로 삼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의 험난한 여정, 그리고 복수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시공간적 배경은 19세기 초 프랑스입니다. 에드몬드 단테스는 파라옹 호의 1등 항해사로서, 항해를 마치고 고향인 마르세유로 돌아왔습니다. 선주인 모렐은 항해 중 선장이 죽어서 배에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배를 훌륭하게 지휘하여 무사히 고향으로 이끌어낸 1등 공신 단테스를 새 선장으로 임명합니다. 기쁨 속에 에드몬드는 아버지의 축복을 받으며 연인 메르세데스와의 약혼식까지 올립니다. 에드몬드를 시기하는 당글라스는 에드몬드가 항해 후 귀향하는 중 엘바 섬에 들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곳에서 에드몬드는 유배되었던 나폴레옹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당글라스와 또 다른 악역인 몬데고가 이 사실을 이용해 에드몬드에게 스파이 혐의를 씌웁니다. 몬데고는 에드몬드의 친구이자, 메르세데스를 한 평생 짝사랑해온 캐릭터입니다. 스파이 혐의로 고발된 에드몬드는 약혼식장에서 바로 체포됩니다.
에드몬드의 조사는 검찰로 넘겨집니다. 검사 빌포트는 나폴레옹의 편지에 대해 수사하던 중, 편지의 수신인이 자신의 아버지 누아르티에 빌포트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빌포트는 본인의 권력과 명예,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를 밝히지 않고 죄를 무고한 에드몬드에게 뒤집어 씌웁니다. 이어서 에드몬드를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기로 유명한 사또디 감옥에 투옥시키고, 에드몬드가 수사 중 죽은 것으로 기록하여 사건을 종결시킵니다. 에드몬드를 하염없이 기다렸던 메르세데스는 에드몬드의 부고 소식을 듣고 절망하고, 그녀를 돌봐주겠다고 호소하는 몬데고와 하는 수 없이 결혼합니다.
사또디 감옥에서 에드몬드는 땅굴을 파면서 탈옥을 도모하던 도중 파리아 신부를 만나 학문, 검술, 그리고 인생의 철학을 배우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이 배신하여 불행에 빠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마침내 깨달은 에드몬드는 파리아 신부님의 가르침에 따라 복수를 다짐합니다. 탈옥하는 과정에서 파리아 신부가 돌에 깔려 죽기 전에 파리아 신부는 에드몬드에게 마지막으로 몬테크리스토 섬과 그 속에 숨겨진 보물들에 대해 가르쳐줍니다. 파리아 신부의 시체자루 속에 대신 들어가 탈옥에 성공한 에드몬드는 몬테크리스토 섬을 찾아 나섭니다.
에드몬드는 몬테크리스토 섬을 찾는 데 성공하여 그 곳에 숨겨진 보물로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에드몬드 단테스라는 이름을 버리고 스스로를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고 칭하기 시작합니다. 긴 수감생활 동안 메르세데스가 몬데고와 결혼한 것을 알게 된 에드몬드는 허탈함과 배신감을 느끼고, 자신을 이런 처지에 빠트린 몬데고, 당글라스, 빌포트, 그리고 메르세데스에게 복수를 다짐합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복수는 과연 성공했을까요?
10주년 공연의 빛나는 주인공들
다음은 10주년 시즌까지 공연에 참여했던 역대 캐스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에드몬드 단테스, 몬테크리스토 백작에 참여한 배우들은 류정한, 엄기준, 신성록, 임태경, 김승대, 카이 배우입니다. 메르세데스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은 옥주현, 차지연, 최현주, 윤공주, 정재은, 조정은, 린아, 이지혜 배우입니다. 몬데고 배역에는 최민철, 조휘, 강태을, 이상현, 김준현 배우가 참여했습니다. 파리아 신부는 이용근, 조원희, 김성기, 김장섭, 박철호, 이종문, 문성혁 배우가 연기했습니다. 메르세데스의 아들이자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존경하게 된 청년 알버트는 김승대, 전동석, 김대현, 신현묵, 서은광, 정택운, 임준혁, 박유겸, 박준휘, 신재범 배우가 맡았습니다. 정치적 야망을 위해 무고한 에드몬드를 투옥시킨 검사장 빌포트는 조순창, 정동효, 조성지, 최성원, 임별 배우에 의해 연기되었습니다. 에드몬드와 항해하던 배에서 회계사를 맡고, 몬데고와 공모해 음모를 꾀하는 당글라스 역할에 장대웅, 김성민, 이상준, 이한밀 배우가 참여했습니다. 해적선의 여 선장 루이자는 한지연, 김영주, 백주희, 김상아, 난아, 전수미 배우가 담당했습니다. 빌포트의 딸이자 알버트의 약혼녀인 발렌타인은 이미경, 이정화, 최서연, 한해빈, 민경아, 윤조, 임예진, 최지혜 배우가 연기했습니다.
꼭 들어봐야 하는 명곡들
이어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넘버들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이 중 몇 곡들은 각종 음원사이트에도 등록되어 있으니, 공연 관람 전 들어보면 공연을 관람하는 데 훨씬 유익할 것입니다. ‘사랑이 진실할 때,’ ‘언제나 그대 곁에’는 1막에서 에드몬드와 메르세데스가 함께 부르는 듀엣곡들입니다. 스토리 특성상 남녀 주인공의 듀엣 곡을 공연의 처음과 끝에 몰아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아쉽습니다. ‘역사는 승리자의 것’과 ‘진실 혹은 대담’은 뮤지컬의 조연들이 부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곡들입니다. 전자는 몬데고, 당글라스, 빌포트가 에드몬드에 대한 계략을 꾸미고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면서 부르는 곡이고, 후자는 해적 루이자가 에드몬드를 구해준 이후에 해적선에서 부르는 넘버입니다.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과 ‘과거의 내 모습’은 에드몬드의 심경 변화를 잘 드러내는 강렬한 솔로곡들이고, ‘온 세상 내 것이었을 때’와 ‘세월이 흘러’는 메르세데스의 외로움과 고통을 잘 드러내는 서글픈 솔로곡들입니다. 필자는 2막 첫 곡인 ‘타란텔라’도 좋아하는데, 대극장 뮤지컬 특유의 의상, 무대, 조명, 연출의 화려함을 실컷 감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가며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시종일관 아름다운 음악과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합니다. 특히 배 위에서 벌어지는 듯한 무대 연출과 실제로 에드몬드 단테스의 모험담을 따라가고 있는듯 한 서사 덕분에 관객들은 빠르고 쉽게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개가 너무 빠른 탓에 여러 관객들이 공연이 막장 드라마 같다는 혹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장편소설을 160분의 무대 예술로 축약해야 하는 시공간적 제약이 컸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 배신, 복수, 용서, 감동 등 인간사의 다양한 사건과 감정을 녹여낸 수작이라는 사실은 틀림없습니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잘 사는 것, 또는 용서하는 것이 최고의 복수라는 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공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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