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의 영화를 뮤지컬로
뮤지컬 비틀쥬스는 팀 버튼의 유명한 영화 비틀쥬스(1988)를 원작으로 합니다. 비틀쥬스는 이 세상과 저 세상 사이에 끼워져서 오도 가도 못하는 유령이고, 이 작품의 사회자이자 안내자입니다. (가끔 그가 제4의 벽을 허물고 관객들을 향해 말을 걸 때 아주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비틀쥬스는 유령이기 때문에, 죽으면 저 세상으로 직행하는 인간들이 마냥 부럽기만 한 심술쟁이이기도 합니다.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98억 년 동안 인간들에게 겁을 주며 살아온 비틀쥬스는 유령 친구가 절실합니다. 그래서 그는 바바라와 아담 부부가 죽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그들이 저 세상에 직행하지 못하도록 계략을 꾸밉니다. 마침내 바바라와 아담 부부가 죽고 유령이 되어 비틀쥬스와 집을 정처없이 떠돌기 시작하는데, 이 때 그들의 집에 새로이 낯선 이들이 입주하게 됩니다. 새로운 집주인들에게 또 다시 겁을 줄 생각에 신이 난 비틀쥬스는 집주인의 딸인 리디아가 살아있지만 유령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때마침 리디아는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새로 이사 온 집과 아빠의 새 애인인 델리아가 너무 싫어 집을 탈출하고자 하는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이렇게 비틀쥬스와 리디아는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또 다른 음모를 꾸미게 됩니다. 저세상법 4조에 따라 산 자인 리디아가 비틀쥬스의 이름을 세 번 부르게 되자, 산 자도 비틀쥬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고, 집안 사람들의 관계는 새로운 형국을 향해 치닫게 됩니다.
한국 초연의 초호화 캐스팅
다음은 한국에서 2021년에 초연된 뮤지컬 비틀쥬스의 캐스팅을 알아보겠습니다. 비틀쥬스 역할에는 유준상과 정성화 배우가 캐스팅 되었습니다. 리디아 역할에는 홍나현과 장민제 배우가 캐스팅 되었습니다. 비틀쥬스의 유령수업 수강생이자 겁 많고 소심한 신참 유령 부인 바바라 역할은 김지우와 유리아 배우가, 신참 유령 남편 아담 역할은 이율, 이창용 배우가 연기했습니다. 리디아의 엄격한 아버지이자 부동산 사업을 통해 큰 한 건을 구상중인 찰스 역할은 김용수 배우가, 찰스의 새 애인이자 알 수 없는 긍정의 영혼을 신봉하여 사춘기 소녀 리디아를 분노하게 하는 델리아 역할은 신영숙, 전수미 배우가 맡았습니다. 이 밖에도 탐욕스러운 투자자 맥시 딘의 오종훈 배우, 저승대장 주노와 맥시 딘의 다섯 번째 아내 맥신 역의 장예원 배우, 델리아의 스승 오THO 역할의 전재현 배우, 걸스카웃 역할의 이자영 배우가 무대를 함께 빛냈습니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곡들 또한 아주 주옥 같습니다. 1막의 ‘죽은 엄마,’ ‘데이 오’와 2막의 ‘바바라 2.0,’ ‘홈,’ 그리고 ‘노 리즌’은 공연 보고 집에 가는 길에도 생각나서 음원사이트를 찾게 되는 명곡들입니다. 이 곡들의 작곡과 작사를 했던 에디 퍼펙트는 인터뷰에서 여덟 살 때 끔찍한 사고로 어머니와 작별해야 했던 아내의 경험을 토대로 노래를 썼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뮤지컬 비틀쥬스의 곡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계속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화려한 무대 뒤의 슬픈 이야기
뮤지컬 비틀쥬스의 가장 큰 관람 포인트는 바로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무대입니다. 펀 하우스 내지는 유령의 집을 연상시키는 무대 장치들 속에는 많은 트릭들이 숨겨져 있으며, 이로 인해 관객들은 여러 번 놀랍니다. 1분, 1초도 놓치기 아까울만큼 관객 모두를 집중시키면서 유쾌하고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놀라는 관객들은 마치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어떤 장면에서는 짓궂은 연출에 입이 떡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장면마다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화하는 화려한 무대 세트 때문에 실제로 공연의 개막일이 여러 차례 미뤄지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더욱 완성도 있게 설치된 무대 위에는 환상적인 판타지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공연 중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 결국 집 안에서 벌어진 이야기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집도 하나의 극중 캐릭터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상실과 그로 인한 슬픔에 관한 작품입니다. 죽음에 관한 내용이지만, 삶에 관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작품에 공감할 것이며, 그 슬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생기는 극도의 외로움이 어떤 감정인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 공연을 통해 우리는 삶의 유한함에 대해 고민하고, 죽음 앞에서 웃음을 지어보며 용기를 내고, 매순간에 감사할 줄 아는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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