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EMK뮤지컬컴퍼니의 세번째 창작 뮤지컬입니다. 원래는 2014년 스위스에서 초연되었던 엑스칼리버 공연의 라이센스를 구입하여 한국에서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스위스 공연이 한국 사람들의 정서와 맞지 않다고 판단하여 국내 제작진이 음악과 큰 틀만 가져오되 편곡과 새로운 곡, 연출 등을 상당히 바꿔 놓았습니다. 이를 위해 아이반 멘첼 작가, 로빈 러너 작사가,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가가 모였습니다. 2019년 6월 15일부터 8월 4일까지 초연 공연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루어졌고, 2021년 8월 17일부터 11월 7일까지 재연 공연이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지방투어를 마치고 2022년 1월 29일부터 3월 1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앵콜 공연을 가졌는데, 제작사 EMK 뮤지컬 컴퍼니는 이 기간 중에 앞으로 4년간 엑스칼리버 무대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아서 왕의 이야기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시대적 배경은 6세기 고대 영국입니다. 영국 섬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민족들이 서로 전쟁을 치르는 시기였고, 통일된 왕국이 절실히 필요했던 혼란과 암흑의 시대였습니다. 특히 우더 펜드래곤 왕이 사망하자, 왕을 잃은 영국의 혼란을 틈타 영국을 식민지로 만들려던 색슨족이 전쟁을 일으킵니다. 아더 왕은 바로 이 암흑의 시대에 찬란하게 빛나는 영웅이었고,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그를 주인공으로 삼습니다. 드루이드교의 사제이자 마법사인 멀린은 새로운 시대를 열고 혼란으로부터 영국을 구할 아더를 왕좌에 앉히기 위해 오랜 계획을 세워왔고, 우더가 죽자 이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평범한 삶을 영위하던 아더는 갑자기 나타난 마법사 멀린의 말을 믿지 못하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마침내 바위에서 엑스칼리버를 뽑고 영국의 왕으로 추앙을 받자, 아더는 자신을 믿고, 그의 주변에 있는 훌륭한 기사들에 의존하여 카멜롯을 건설하기로 결심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용감하고 총명한 전사 기네비어를 만나고 사랑에 빠집니다. 한 편, 아더의 이복누나인 모르가나는 20년 동안 이유도 없이 수도원에 갇혀 살고 있었습니다. 색슨족이 영국을 침략하고 수도원이 불타자, 그녀는 그곳을 탈출하고 자신에게 모든 것을 주었지만 모든 것을 빼앗기도 했던 멀린을 찾아 나섭니다.
원탁의 기사, 그리고 주변 인물들
다음은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등장인물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왕이 될 운명을 타고난 청년인 아더는 김준수, 카이, 도겸, 서은광, 김성규, 이재환 배우들에 의해 연기되었습니다. 아더와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원탁의 기사들 중 가장 용맹한 기사인 랜슬럿은 엄기준, 이지훈, 박강현, 에녹, 강태을 배우가 맡았습니다. 아더의 이복누이이고, 멀린의 옛 제자이자 연인인 모르가나는 신영숙, 장은아 배우가 연기했습니다. 드루이드 교의 사제이자 마법사인 멀린은 손준호, 김준현, 민영기 배우가 맡아 공연했습니다. 활솜씨로 유명하고, 전쟁에서 여자들을 이끄는 용감하고 현명한 전사인 기네비어는 김소향, 민경아, 최서연, 이봄소리, 케이 배우들에 의해 연기 되었습니다. 색슨족을 이끄는 야만적인 왕 울프스탄은 초연, 재연, 앵콜 공연 내내 이상준 배우가 연기했습니다. 아더를 어렸을 때부터 기르고 교육시킨 선량한 마음씨를 가진 양아버지 엑터는 조원희, 이종문, 홍경수 배우가 맡았습니다. 특히 초연 무대에서는 서울예술대학교 출신 학생 앙상블이 대거 참여하여 무대가 더욱 웅장하게 느껴졌지만 가사 전달력이 떨어져서인지, 재연, 앵콜 무대에서 앙상블 배우들의 규모가 다소 작아졌습니다.
프랭크 와일드혼, 또 한 번의 히트를 치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손을 거쳐 탄생한 엑스칼리버의 넘버들은 와일드혼의 다름 작품들과 곡조가 다소 비슷한 느낌은 있으나, 여전히 관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재연으로 넘어오면서 특정 넘버가 빠지고 추가된 것도 있지만, 꾸준히 사랑을 받아 온 곡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언제일까,’ ‘난 나의 것,’ ‘불타는 이 세상,’ ‘검이 한 사람을,’ ‘그가 지금 여기 있다면,’ ‘아비의 죄,’ ‘더 깊은 침묵,' ‘왜 여깄어?’ ‘기억해 이 밤,’ ‘결코 질 수 없는 싸움’은 1막의 명곡들입니다. ‘눈에는 눈,’ ‘욕망,’ ‘심장의 침묵,’ ‘세상의 끝,’ ‘없는 사랑,’ ‘이게 바로 끝,’ ‘왕이 된다는 것’은 2막의 명곡들입니다.
관람 포인트 및 총평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권력, 우정, 사랑, 배신을 담은, 한 편의 고전 영화같은 작품입니다. 강렬한 스토리, 호소력 짙은 넘버, 공간감 넘치는 무대 세트와 중세 판타지 같은 연출, 그리고 다채로운 의상이 합쳐져 엑스칼리버라는 대작이 탄생한 것입니다. 아더의 성장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장면 하나하나가 명장면이 됩니다. 자신의 운명이 뜻대로 펼쳐지지 않아 좌절감을 느끼고, 어떻게든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야만 성장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아더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공연을 관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모르가나와 멀린의 서사를 따라가며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역사는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요? 각자의 바위산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그 감정에 압도되지만 마침내 자신만의 엑스칼리버를 뽑는 이 시대의 모든 작은 영웅들이 찬란히 빛나는 날을 응원하는 뮤지컬 엑스칼리버가 오래오래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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